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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과 국민참여가 아쉬운 제3차에너지기본계획




                                                                                      허은녕 ㅣ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과정 교수

                                                                                                       (사)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지난봄에 정부가 발표한 제3차에너지기본계획은 한마디로 변혁과 혁신보다는 안정과 보수를 선택한 것으로... 아니, 작년 내내 70여차례 회의를 거쳐서 민간전문가 워킹그룹이 제시한 많은 아이디어가 빠진, 혁신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특히 국민참여형 시스템 구축 부분의 축소가 안타까웠다. 전문가 워킹그룹이 제시한 최종안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절약 부분에서 지자체로의 과감한 권한 및 예산, 그리고 책임의 이전을 제안하였으나 최종 발표 계획에서는 겨우 지역에너지센터 설립 검토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까지를 바라보는 장기계획인데도 현재 지자체의 능력부족을 핑계삼아 에너지효율개선이 시급한 건물과 시설의 대부분이 소재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시설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자 하는 시도를 불발시키고 말았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대부분이 중앙정부는 R&D, 인력양성 및 장기계획에 집중하고,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은 지방정부가 시행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안타까움은 더욱더 커진다.


이미 지방에서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13에 실린 태양광 관련 정책토론회가 그 증거이다. 현재의 RPS/FIT 제도로는 막상 지역의 주민들에 돌아가는 혜택은 매우 미미하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기 좋은 지역의 땅값이 올라가는 등 재생에너지 설치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정부 중심 보급정책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으로의 권한이전을 통하여 얻어질 수 있는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 ▲지역에 맞는 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화 시책 개발 육성 등의 효과 역시 앞으로 상당 기간동안 중앙정부와 산하기관의 권한 아래 놓여 있을 것 같다. 에너지시설의 국민수용성 제고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농촌의, 어촌의, 백두대간 지역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요구에 대한 세밀한 target-oriented 대처 방안이나 국가의 에너지사업 수행으로 인하여 지역 주민들이 얻게 되는 가치의 효과적 창출에는 미흡한 현실이 조금 더 지속될 것 같다.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한 축인 국민 참여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앞으로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에너지효율 향상이 에너지기본계획의 제1목표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IEA는 이미 에너지기술전망보고서(2015)를 통해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에너지효율 향상이 기여도가 가장 크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부존 에너지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노력하여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은 우리나라 에너지효율의 2배를 자랑하고 있다. 같은 돈을 버는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에너지를 절반만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역시 소재나 부품 못지않게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부분인데도 놓치고 있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질책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전기요금과 핸드폰요금 제도를 비교해 보면 에너지분야의 효율화 이슈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기요금제도는 공급자 중심의 원가보전형 요금제로 단 한 종류만 제공되기에 소비자는 선택이 불가능하다. 핸드폰요금제도와 같이 소비자의 전력사용패턴에 따라서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효율성과 만족도 모두 올라갈 것이다. 민영화니 경쟁이니 하는 산업구조 논쟁도 필요없다. 단순히 국민의 전력 소비에 대한 정보만 공개된다면 정보통신 업계와 벤처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올해가 가기도 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번 기본계획 역시 DR, V2G, EMS, 스마트미터, EERS 등 수요관리 부분의 사업이 나열되어 있지만 국민이나 민간기업의 영역으로 이행되어 신산업과 고용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중장기 국가에너지정책을 수립하였고 어느새 대부분 달성하고 있다. 유럽은 에너지절약기술과 재생에너지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기술 개발을 통한 자국내 셰일가스 생산으로 이제 OPEC에서 원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도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1세기 내내 지속된 고유가에도 1인당 에너지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한 나라이다. 4차산업혁명의 중심기술들이 에너지 소비분야의 혁신을 이루어내는, 그리고 지방정부와 지역중소기업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스마트한 에너지 수요관리에 동참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입력 : 2019-10-07

                                                                                                                                        작성 :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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