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편집자의 글

편집자의 글

 

홍혜란 ㅣ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지금!

세상이 망한 듯 굴 필요는 없다. 그런 태도는 허위의식의 발현이고 위악이며 자기연민으로 객관성을 잃은 태도다. 세상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지만 또한 대항해 전력으로 싸우고 있다. 힘들 때 사람의 격이 드러난다. 고난 속에서 사람의 가치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맺는 관계의 진정성 또한 드러나고 나타난다. 격을 잃지 않는 이들의 연대는 그 자체로 세파와 대항하는 힘이다.

사람의 일이 그러한데, 사람과 자연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위해 일하는 우리들이 결성한 사람의 연대와 이 연대의 활동 또한 그러한 게 당연하다. 대면접촉을 전제로 하는 경제활동이 축소돼 에너지 사용량이 줄 것 같지만 건물의 전력 사용량이 느는 등 격리를 이기기 위한 전력사용량이 늘고 있고 최소 이동에도 ‘나홀로 차량’이 늘어나는 등 에너지 수요관리가 서서히 문제가 되고 있다. 봄은 갈 것이고 곧 여름이 될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코로나19가 자동적으로 약화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해외의 온난기후국가에서 입증됐다. 이대로 여름이 오면 전력뿐 아니라 에너지 전반의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

‘봄은 왔는데 봄이 아니다’라는 감상적 현실인식의 포로가 되어서는 질 싸움만 할 뿐이다. 우리는 화석연료체제를 극복하려는 ‘현실을 뛰어넘는 인식’을 내면화한 사람들이 기꺼이 손잡아 일군 관계이자 맥락의 연대이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이제까지 맺고 키워온 관계의 힘’을 ‘에너지 전환의 맥락’ 속에서 더 활발히 펼쳐 나가야 할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커지는 세파에 허물어질 뿐이다. ‘이 또한 지나가게’ 하려면 ‘지금 활동해야’ 한다.

입력 : 2020-04-01
작성 : 홍혜란 / hrhong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