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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호] 영화_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 우리 시대 사랑의 이야기

by 에너지시민연대 posted Sep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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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 우리 시대 사랑의 이야기



감독 | 크리스 조던
2017 97분 | 미국




사상 최고의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8월,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 뜻 깊은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열렸다. <알바트로스>는 태평양 외딴 섬에 무리 지어 살고 있는 새의 삶과 사랑이야기이자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 때문에 죽어가는 가여운 생명, 그 생명을 사랑하게 된 어느 남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알바트로스는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 때문에 뒤뚱거리는 모습에 땅에선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한 번 비상으로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몇 년씩 비행할 수 있는 ‘하늘의 왕자’다. 서로를 탐색하며 같은 몸짓을 반복하는 짝짓기 춤, 이후 60년을 함께 살며 최장 9개월에 이르는 새끼의 부화까지 번갈아 알을 품고 천리 바닷길에서 먹이를 구해 새끼에게 먹여주는 모습은 영락없이 우리 인간을 닮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동물 다큐에서 흔히 보게 되는 대상과의 거리감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내면의 모습까지 포착해낸다. 짝짓기 춤을 인간 뇌의 속도로 저속 촬영한 장면은 어떤 발레보다 더 우아하고 관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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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hris Jordan)



감독 크리스 조던 Chris Jordan은 원래 사진작가다. 현대 대량소비사회의 무분별한 집단적 선택이 가져온 결과들을 사진에 담아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태평양 알바트로스의 참혹한 죽음을 목도하면서 8년간의 촬영과 조사, 영상작업을 거쳐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아마 이 사진을 보면 ‘아…’, 가는 탄식과 함께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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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hris Jordan)



그렇다. 수년 전부터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수없이 보아 온 바로 이 비극적 사진들을 찍은 작가이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가득 찬 죽은 새의 이미지는 잠시나마 우리의 편리한 플라스틱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사진을 볼 때 우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바로 ‘불편한 진실’ 아닐까? 피하고 싶지만 직시해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진실.


영화에서는 태평양 푸른 바다와 찬란한 태양 아래, 그토록 고대하던 첫 비상에 이르지 못하고 고통 속에 스러지는 어린 알바트로스들을 보여준다. 그 고통 앞에 우리 관객은 그저 눈가를 훔칠 뿐이었다. 우리는 새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알지만, 새들은 모른 채 죽어간다. 어미도 새끼도 먹이인지 플라스틱인지 구별할 수 없는데, 왜 아무 잘못 없이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자연이 죽어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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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hris Jordan)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크리스 조던 감독은 자신도 알바트로스와 사랑에 빠지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사랑이 가진 변화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사진작가로서 크리스 조던은 우리가 버린 폐기물의 숫자와 통계를 주제로 한 사진들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98.2kg, 세계 1위”, 이런 수치로 경각심이나 죄책감을 불어넣는 것은 일시적 반향을 일으킬 순 있지만, 자연과 생명과 지구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모든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부제가 “태평양 한 복판에서 보내온 우리 시대 사랑의 이야기a love story for our time from the heart of the Pacific”인 까닭이다.
 
더욱이 이 비극이 태평양 미드웨이Midway 섬에서 펼쳐진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치열했던 태평양전쟁의 주무대였다 폐허가 된 군사기지, 버려진 저장고만이 남은 미드웨이섬은 그 자체로 인류의 눈 먼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이니 말이다.


크리스 조던 감독은 고발작가와는 전혀 결이 다른, 세상과 교감하고 그 고통에 공감하고 아파하는, 따뜻한 심성의 예술가다. 올 겨울 시작될 한국순회 전시상영회에서도 중요한 것은 ‘경각심’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변화하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세계인에게 보내는 선물로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플라스틱쓰레기 제거와 위기에 처한 알바트로스 보호를 위한 모금에도 참여할 수 있다.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www.albatrossthefilm.com)








입력 : 2018-09-03
작성 : 이은진 플랫폼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