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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2)

국제사회의 기후행동 변화




이상훈 ㅣ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파리총회의 열기가 워낙 강했던 탓인지 마라케시 기후총회(COP22)는 너무 차분하고 조용하게 느껴졌다. 총회 초반에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지만 이번 총회는 예정대로 마무리되었다. 2018년까지 파리협정 이행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세부 작업 일정과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후총회는 지난하고 힘든 협상도, 주목받는 쟁점도 별로 없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가별 기여방안(NDC), 기후변화 적응, 국가별 이행을 점검하는 투명성 체계, 지구적 이행 점검 체계, 국제시장 메커니즘 구축 등 파리협정 이행의 핵심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 일정이 수립되었다. 그리고 의장국인 모로코의 주도로 의례적인 ‘기후 및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마라케시 행동 선언문(Marrakech Action Proclamation)’이 채택되었다. 

 본 협상과 별개로 기후행동에 적극적 참여를 약속하는 다양한 그룹별 움직임이 있었다. 주정부나 지역 연대체인 ‘2℃ 미만 연대(Under2Coalition)’는 회원수를 165개로 확대하였다. 이 그룹은 2050년까지 적어도 배출량을 80% 줄이겠다고 서약을 햇는데 회원들의 경제 규모는 26조 달러로 세계 경제의 1/3을 차지한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30여 개 개도국 국가들의 고위급 회담인 ‘기후 취약성 포럼(CVF)’은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자는 비전을 발표하였다. 캐나다, 독일, 멕시코, 미국은 2050년까지 야심찬 기후 행동 계획을 선도적으로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심층 탈탄소화를 위한 미국 21세기 중반 전략’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기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2050 장기전략과 관련하여 장기 탄소중립적 전환 경로를 추구하는 ‘2050년 경로 플랫폼(2050 Pathways Plaform)’이 출범하였고 여기에 22개국, 15개 도시, 17개 주와 지역, 196개 기업이 서명하였다. 코웨이, LG화학, LG 생명과학 세 개의 국내 기업이 이 모임에 합류하였다. 그동안 국제 기후행동에 국내 기업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들 국내기업의 이름을 보니 매우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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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광 램프를 비추는 대표자들                                                            우리는 전진한다! 

 기후총회와 함께 열리는 부대 행사도 파리총회는 물론 과거 총회에 비해서 축소되었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기후, 에너지, 보건, 식량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회들이 앞다투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강하게 입장을 발표했던 파리총회의 열띤 분위기는 없었다. 파리협정은 각국별로 상향식으로 수립한 국가별 기여방안(NDC)을 인정하고 이행하는 유연한 체제이다. 감축 행동의 기준이나 모범이 있다기 보다는 일단은 각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나 잘잘못을 따지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지식과 경험 공유와 협력의 모색이 주된 풍경이었다. 그 와중에서 UNEP가 ‘배출 격차 보고서(Emission Gap Report)를 소개하였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국가별 기여방안을 이행하더라도 지구 평균 기온은 2.9~3.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기온 상승을 2℃보다 낮게 억제하려는 파리협정의 목표와는 격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는 주목을 받았고 개도국이 NDC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되었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는 워낙 지난 해 파리총회 때 국가, 기업, 지자체가 많은 계획과 서약을 쏟아낸 탓인지 새로운 계획으로 주목받은 것은 별로 없었다. 상대적으로 도시, 지자체, 여성, 노동조합, 아프리카 국가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확대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기후총회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가시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아직 오바마 행정부를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부대행사는 활력을 잃고 있었다. 기후총회 기간 중에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세계의 관심과 전망은 마라케시 기후협상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쏠렸다. 당선자 신분인 트럼프가 후보 시절에 비해서 국제관계나 기후협상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공화당 행정부의 태도, 현재 공화당의 입장 그리고 트럼프와 트럼프 핵심 참모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파리협정을 이끌었던 미국의 리더십은 사라지고 미국이 향후 기후협상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할 지 여부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형식적 절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가별 기여방안을 존중하는 느슨한 체제인 파리협정은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후퇴방지 시스템, 기후재정 같은 요소로 인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이다. 미국과 중국이 느슨한 파리협정 체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이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한 축이 빠져나가고 또 미국의 기후행동이 후퇴하면서 동조국가들이 나타나면 전진만 하도록 설계된 체제(ratchet mechanism)도 약화될 것이다. 또 기후재정에서 가장 큰 분담을 약속했던 미국이 역할을 이행하지 않는다면(이는 거의 확실함) 기후재정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입장 변화는 파리협정의 핵심적인 요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결과적으로 파리협정이 취약해질 수 있다.   
 설령 미국의 보이콧으로 파리협정이 취약해지더라도 이것이 흐름을 역전시킬 정도의 영향은 결코 아니다. 마라케시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비가역적인 기후행동을 강조하였듯이 기후행동의 흐름은 계속 지속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기후행동이라는 거대한 항해는 한, 두 개의 돌발변수로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해의 속도는 일시적으로 느려질 수 있고 많은 반동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충분히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입력 : 2016-12-01
작성 : 이상훈 / energyvisi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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