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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후쿠시마(크기조절4).jpg

원전 사고 이후의 삶

<나 홀로, 후쿠시마>




Alone in Fukushima ナオトひとりっきり
감독/ 촬영/ 편집 ㅣ 나카무라 마유  
다큐멘터리 ㅣ 2014년 ㅣ 일본 ㅣ 98분 
출연 ㅣ 마츠무라 나오토, 도미오카 마을 동물들 외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원전 사고 이후 모두가 떠나 폐허가 된 후쿠시마. 지진해일에 마을이 파괴되고 방사성 물질 유출로 심각하게 오염된 그곳에, 홀로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나 홀로, 후쿠시마>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불과 12km 떨어진 후쿠시마현 후바타군 도미오카 마을에서 살아가는 마츠무라 나오토와 그의 삶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다.



푸르게 펼쳐진 여름날의 들판, 타조와 고양이가 있는 농장의 풍경, 그리고 먹이를 주며 그들을 보살피는 농부 같은 차림새의 나오토씨가 등장하는 영화의 도입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타조 정도를 제외하면 그리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작은 마을의 일상은 얼핏 한가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 2년간 출입금지구역이었다가 부분출입이 가능하게 된 도미오카 마을은 영화 속 시점인 2013년에도 여전히 방사선량이 평균치의 20배가 넘는 오염지역이다. 피난 지시에도 불구하고 나오토씨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떠나면서 텅 빈 마을에 버려지다시피 남겨진 수백 마리의 동물들 때문이다.



나 홀로, 후쿠시마_3(크기조절2)-horz.jpg

▲ 이미지 출처 : https://movie.naver.com


가족도 이웃도 떠나고 “나 홀로” 남은 나오토씨는 농장동물부터 반려동물까지, 남겨진 동물들과 “함께” 살아간다. 후쿠시마 원전의 애완동물이었다는 타조, 농장과 거리에 남겨진 말, 돼지, 고양이, 개, 그리고 소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물들을 먹이고 돌보는 그의 일상은 도입부의 한가로운 느낌이 무색하게 분주하다. 원전 사고 직후 가축은 아사하거나 도살 처분 대상이 됐고, 이 지역의 소들 중에 살아남은 수는 20%에 불과하다. 정부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이웃은 믿음직스러운 나오토씨에게 소들을 맡기고 떠났다. 소를 키워 본 적도 없는 나오토씨는 농기계 작동법부터 새로 배우고 두 농장을 차로 오가며 50여 마리의 소를 돌본다. “이런 일엔 정부가 나서야 해요. 여러 세대에 걸쳐 건강 상태를 기록해야죠. 우린 모두 포유류니까 피폭 관련 증상이 비슷할 텐데, 기형이든 뭐든 말이에요. 정부는 살아있는 증거를 두고도 거슬린다며 일을 안 해요. 이 녀석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돌볼 사람이 없죠.” 방사선에 피폭된 소들을 연구하기보단 처리하려 드는 정부의 방침에, 나오토씨는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어붙임2.jpg

이미지 출처 : https://www.indiegogo.com


수도도 전기도 끊긴 작은 집에서 2012년 봄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 전까지는 촛불만 켜고 살면서도, 온갖 즉석식품과 일회용품으로 살아가는 불편한 생활에도 나오토씨는 동물들을 돌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촬영 중인 카메라를 들이받을 듯 다가오는 활기찬 타조 피츠와 제리, 이따금 나오토씨에게 다가와 장난을 거는 고양이 시로와 사비, 송아지 출산을 앞둔 어미 소들. 도미오카 마을의 동물들과 이들을 보살피는 나오토씨의 일상을 묵묵히 담으면서, <나 홀로,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가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의 삶에 끼친 영향에 주목한다. 생김도 개성도 매력도 제각각인 동물들을 주요 캐릭터로 내세우면서,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를 넘어 그 어떤 생명이든 소중하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는 것이다.


사고 이전 나오토씨는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영화 속 내레이션에 따르면, 30년 전 후쿠시마 원전 건립에 일손을 보태기도 했다. 원전이 생기면서 마을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큰 도로가 개발됐으며, 비싼 새 차와 새로 지은 집들이 넘쳐 났다. 하지만 지진해일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개발로 누린 풍요는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자연을 다스리는 건 불가능해요. 더불어 살 순 있어도 이기거나 제어하긴 힘들죠.” 나오토씨의 말은 인재에 가까웠던 대다수의 원전 사고와 달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서 비롯됐음을 새삼 상기시킨다. 기술 발전에 따라 원전의 안전성이 높아졌기에 원전에 대한 공포는 과장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세계 곳곳의 자연재해가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금, 과연 인류의 기술로 원전 사고를 온전히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것일까?


마츠무라 나오토씨의 이야기는 일본과 해외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도미오카 마을까지 그를 찾아오거나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프랑스 등 여러 곳에 초대를 받아 반핵시위에 참여했던 경험과, 도쿄 농림수산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방사성 물질에 따른 오염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나오토씨의 노력 또한 담겨 있다. 원전 사고 지역에서는 원전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오염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나오토씨는 회의적인 생각을 밝힌다. “산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제대로 안 하면 헛일이죠. 그런데 집 주변만 제염하고선 이제 안전하니까 돌아가라면 누가 집으로 가겠어요? 아이가 있으면 못 가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 한때 주차장은 물론이거니와 길가까지 차로 꽉 찰 만큼 벚꽃 구경을 오는 인파로 붐볐으나 이제 섬뜩할 정도로 텅 빈 요노모리 공원. 홀로 흐드러진 벚꽃을 바라보는 나오토씨의 모습과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방사선에 가장 많이 노출됐을지 모를 후쿠시마의 마지막 사람”이라는 자막은 아릿한 여운과 함께 가슴을 울린다.




이어붙임3.jpg

이미지 출처 :  https://movie.naver.com


<나 홀로, 후쿠시마>는 교토 태생으로 런던과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한 여성 감독 나카무라 마유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감독이 직접 원전 사고 지역에서 홀로 촬영하고 편집, 연출한 첫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2016년 5월 국내에 디지털 개봉했다. 혼자 촬영하는 등 제작여건이 열악했을 <나 홀로, 후쿠시마>의 만듦새는 극장에서 만나는 상업영화처럼 마냥 매끄럽진 않지만, 마츠무라 나오토라는 인물을 축으로 원전 사고 이후 지역공동체의 붕괴, 원전 사고가 사람과 동물의 삶에 끼친 영향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면서 모든 생명의 존엄성과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환기한다.


2013년에서 2014년에 걸쳐 촬영된 <나 홀로, 후쿠시마> 이후로도 5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원전 사고 이후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원전 난민’ 중 5만여 명은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지역의 피난 지시가 해제되면서 복귀한 주민들도 있으나, 여전히 주민들의 건강에 위협이 될 만큼 방사성 물질 오염도가 높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 해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어쩌면 영원히 원상복귀는 불가능할지 모를 방사성 물질 유출과 오염의 영향, 피폭에 따른 질병과 건강 문제뿐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고 사회적 관계 단절이라는 2차 피해를 겪는 원전 난민들의 고통, 사고를 논외로 하더라도 10만년 이상 격리돼야 위험성이 사라진다는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는 원자력 발전에 따르는 진정한 대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당시 재해대책본부를 이끌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2018년 저서 『나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발생 확률이 100년에 1회인 사고가 있다고 하자. 그것이 교통사고라면 차는 상당히 안전한 이동 수단이다. 그러나 만약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지구가 붕괴하는 사고는 100년에 한 번이든 1000년에 한 번이든 누구라도 그러한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는 감당도 감수도 할 수 없다는 것,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 홀로, 후쿠시마> 예고편





입력 : 2019-04-01

작성 : 황혜림 독립영화 프로듀서·영화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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