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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과소비’ 부른 요금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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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오후 1시30분쯤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에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유럽에 몰아닥친 폭설과 한파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자 국영 전력회사가 이곳으로 들어가는 400㎸짜리 송전선을 차단한 것이다. 이 조치로 남프랑스 전역이 정전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리비에라 지역 200만 명의 주민들은 히터조차 켜지 못하고 추위에 떨어야 했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난 8일 오전 11시 국내 전력수요는 6856만㎾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예비전력은 441만㎾까지 떨어졌다. 예비전력이 400만㎾ 밑으로 내려가면 전압조정이 어려워진다. 반도체처럼 전기품질에 민감한 산업은 피해를 볼 수 있다. 100만㎾ 이하면 발전기 하나만 고장 나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를 비상상황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한전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강제로 전력공급을 차단한다.

다급해진 정부는 12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명의로 전기를 아껴 쓰자는 호소문을 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최대 전력수요는 보란듯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정서에 호소하는 것만으론 전력수요를 줄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2000년대 이후 겨울철 전력수요 증가는 농업용이 이끌었다. 현재 농사용 전기요금은 ㎾h당 48.19원이다. 평균 생산단가인 89.55원보다 싸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비닐하우스 난방에 등유나 연탄 보일러를 쓰던 농가들이 요금부담이 적은 전기 보일러로 대거 교체하면서 농사용 전력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이런 현상이 도시로 번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2008년 등유 가격은 2006년보다 32.9%, 도시가스는 9.9%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3.1% 오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높은 요율을 적용받는 가정과 상가·사무실에서도 기름·가스 난로보다 전기 난로를 켜는 게 더 싸게 먹혔다.

겨울철 요금을 여름보다 15%가량 싸게 적용하는 계절별 요금제 역시 전기 전열기 사용을 부채질했다. 한전 요금제도팀 정창진 부장은 “전기와 석유난로로 같은 열을 낼 때 전기요금(주택용)은 등유 가격의 81.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정과 상가·사무실에선 가스·석유난로가 사라지고 전기난로나 냉난방이 함께 되는 시스템에어컨이 급속히 보급됐다. 2006년에 비해 지난해 전기장판은 35%, 전기난로는 33.3%, 시스템에어컨은 100% 가까이 늘었다. 그 결과 2004년 겨울철 전체 전력수요의 17.8% 수준이던 난방용 수요 비중이 올해엔 24.4%로 치솟았다.

2차 에너지인 전기를 난방용으로 쓰는 건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안양대 전기전자공학과 원종률 교수는 지난해 말 에너지시민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10L의 석유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난방용으로 전환해 만들어지는 열량은 4L의 등유로 직접 난방을 할 때 나오는 열량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런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형태 때문에 연간 9000억원이 낭비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요금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엔 뒷짐을 지고 있다. 한전이 적자를 낼 경우 요금을 약간 올리는 정도다. 지식경제부는 계절 요금제가 적용되는 상가·사무실용 겨울철 요금을 올해 중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전체 요금의 원가연동제는 내년 이후로 미뤄놨다.

최현철 기자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01/18/3600430.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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