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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7부-③친환경 난방·교통 정착… ‘석유 독립’ 눈 앞에

경향신문 | 입력 2008.06.09 03:29 | 수정 2008.06.09 10:10

ㆍ제7부 3 '2020 석유 제로' 스웨덴의 실험

북유럽에서도 친 환경 정책을 가장 선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스웨덴은 친 환경 국가로 완전히 정착한 모습이었다. '2020년 석유 독립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계획을 2006년에 내놓은 스웨덴의 실험은 이론이 아닌 현실이 돼가고 있었다. 석유·원자력 발전 대신 신·재생 에너지가 실생활에 직접 쓰이는 것은 물론 그 비중도 전체 연료의 3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스웨덴 주민들은 "석유 에너지로부터의 독립은 더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분뇨·쓰레기 '바이오 에너지'

↑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중 연료 자동차. ‘플렉시 퓨얼(flexi fuel)’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 스웨덴 예테보리 시내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스웨덴에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보관소 등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 예테보리…친환경 난방 시스템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는 친 환경 난방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도시였다. 기자 일행이 묵은 아파트는 모두 중앙난방식이었는데, 숙소 주인은 "예테보리에서는 난방에 거의 100%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예테보리 시청의 도움을 받아 예테보리 난방 시스템 취재에 나섰다.

난방 부문에서 석유 의존도를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된 대체 에너지원은 놀랍게도 분뇨 등 배설물과 쓰레기였다. 취재진은 우선 분뇨를 에너지로 만들어내는 기업 그리야브를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예테보리 시에서 모여진 분뇨는 이곳에서 에너지로 전환된다. 분뇨를 20일 정도 발효시키는데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연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야브는 이 에너지를 지역난방 회사인 예테보리 에너지에 판매한다. 2006년 기준으로 60.4기가와트의 바이오 가스를 생산했다고 한다. 그리야브의 에릭 진은 "메탄가스의 정제와 압축을 통해 난방이나 차량 에너지 공급원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쓰레기를 이용해 연료를 만드는 기업 '레노바'였다. 건물 내부는 거대한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쏟아지고, 거미손 같은 기계들이 쓰레기를 집어올려 소각장으로 전달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폐열은 예테보리 지역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30%가량을 생산하는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고 현장의 크리스찬 캘러델이 설명했다. 폐열을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함으로써 지역난방 에너지 공급원으로 석유류는 급격히 줄고 폐열 이용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예테보리 시는 건축 분야에서 에너지 고효율 주택 건설에 힘을 쏟고 있었다. 시가 중심이 돼 세운 '에코 하우징 프로젝트' 단지를 찾았다. 예테보리 도심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이 곳은 건물 20여채가 모여 있는 친환경 공동 주택 지역으로 별도의 난방 시스템이 필요 없도록 돼 있었다. 거주자들에게서 나오는 열이나 전기 기구, 조명 기구 등에서 나오는 열을 버리지 않고 열 밀폐 장치, 절연 장치 등을 이용해 모은 뒤 이를 난방에 필요한 열로 바꿔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주택 건설 비용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열 교환장치 때문에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아 비용이 상쇄된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혼잡료·속도제한 자가용 '뚝'

# 스톡홀름…친환경 자동차의 천국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거리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플렉시 퓨얼 카(flexi-fuel car)'라는 표지를 단 채 달리고 있었다. 우리 말로 옮기자면 '이중 연료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위해 경쟁적으로 이중 연료 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정부에선 친 환경 자동차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각종 세금 감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행의 안내를 맡은 조영호씨는 '한국에 비해 거리에 차가 턱없이 적다'고 하자 "교통 혼잡료 때문"이라고 답했다. 스톡홀름 시내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전면 도입된 자동차 교통 혼잡료는 10크로네(1800원)~30크로네(5300원) 정도. 값비싼 주차료까지 포함하면 비용이 만만찮아 자가 운전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실제 취재진은 단 몇 시간 주차비로만 100크로네(1만7000원)를 지불했고, 그나마 주차장 찾기도 어려워 한참을 헤매야 했다. 게다가 자동차 속도는 시속 40㎞로 제한돼 있어 운전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아예 자동차를 모는 일 자체를 불편하게 해놓은 셈이다.

도시 대부분의 차량을 친 환경 자동차로 바꾸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환경청의 에릭 함머휄트 대사는 2006년 스웨덴 정부 산하 '석유 독립 위원회'가 제안한 '2020 석유 독립 프로젝트'에 따라 교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2020년까지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사용을 현행보다 40~50% 줄이자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한다.

함머휄트 대사는 "처음엔 기업에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투자, 고유가 추세는 기업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었다. 에릭 대사는 "유가가 높아지고 소비자들이 세금이 적은 자동차를 찾자 기업들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통부문은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환경부의 스벤 올로브 에릭슨 차장은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분야"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석유 의존도를 많이 낮춘 난방부문과 달리 교통부문은 여전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가 최근 전 세계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 정부는 풍력·수력 등 자연을 이용해 친 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궁극적으로 환경 친화적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다각적인 캠페인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 예테보리·스톡홀름 | 글·사진 김정선기자 >
http://issue.media.daum.net/environment/view.html?issueid=2681&newsid=20080609032907124&fid=20080609032907124&lid=2008051902250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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