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프랑스 과학자들이 암석을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새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의 대량 생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BBC 뉴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옹 대학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수소가 발생하는 과정을 감람석을 이용해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고 아메리칸
미네랄로지스트 저널에 발표했다.
자연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감람석은 물(H₂O) 분자에서 산소(O)와 수소(H) 원자 하나씩을 빼앗아
사문석(蛇紋石: 뱀무늬 대리석)이 되면서 남은 한 개의 수소 원자를 방출한다.
연구진은 감람석을 물에 담가 200℃로 가열한 뒤 산화알루미늄 성분의 루비를 소량 첨가하고 두 개의 다이아
몬드로 만든 초소형 압력솥에 넣어 2천 기압으로 압력을 가했다.
이들은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통해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지구의 바다 밑바닥을 형성하는 암석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발생한 수소는 탄소
와 반응해 메탄이 되거나 심해 암석의 깊은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생명 활동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구 전체에서 이처럼 비생물학적 방식으로 생성되는 메탄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감람석은 때로 준보석 '페리도트'로 채광되는 녹색 광물이며 여기서 나오는 사문석은 건물의 전면 장식 등에
사용되는 아름다운 무늬의 암석이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감람석을 사용해 이런 과정을 앞당기면 늦어도 몇 달, 빠르면 몇 주 안에 이런 반응이 일어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단 한나절 실험으로 감람석 결정체의 절반이 반응을 일으킨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루비 결정체에서 녹아 나온 알루미늄이 이처럼 빠른 반응의 열쇠임을 알게 됐고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광)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더 낮은 온도에서도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사문암화는 매우 흔한 현상이며 대양 중앙해령 전체에서 일어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앙해령의 모든 심해 열수구에서 수소가 측정됐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생성되는 막대한 양의 수소와
메탄은 암석 속에 사는 미생물의 화학합성 에너지원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소 생산은 가스나 석유 같은 탄화수소를 700~900℃의 물과 섞어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이루
어진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 기술은 이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화석 연료 없이 가능한 것으로 저환경비용에 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유망한 새로운 청정에너지의 기대를 낳고 있다.
이 연구는 사문암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10%를 이런 방식으로 생산하려면 시멘트 생산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양의
암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사문암을 이용한 수소 생산 방식은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 속의 사문암은 탄소포화 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과거에도 전세계적으로 대기 중 탄소를 격리하는 수단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지질학적 증거를 보면 아주 먼 과거에 감람석이 풍화해 사문석이 되는 과정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억제하
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youngnim@yna.co.kr
출처: 연합뉴스, 201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