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의 납치
홍혜란 ㅣ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2019년 3월은 역사상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비상저감조치가 최장기간 발령됐던 시기였다. 그렇다보니 미세먼지 오염과 대책에 관한 거의 모든 유력한 사회집단의 발언도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 ‘미세먼지 안 내뿜는 핵발전을 줄이는 건 잘못’ 이라거나 ‘환경단체들이 정치적 배경 때문에 정부의 미세먼지 무능력을 질타하지 않는다’ 는 상식 이하의 발언들까지 유통됐다.
이는 명백한 논점의 일탈이고 일탈을 넘어 납치다. 납치된 논점을 사실인 양 생산한 집단과 그것을 받아 유통시킨 집단 간의 미디어 동맹들이 그들의 컨텍스트가 잘못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비난을 통한 사회적 지배력의 증대와 확보가 목적이니 사실 여부는 그들의 가짜 뉴스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시민사회에 미친 부정적 영향력은 사실로서 기능한다. 바로 그런 까닭에 우리 에너지·기후운동을 펼치는 사회적 그룹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이 시기에 해야 할 가장 큰 책무는 에너지와 기후의 진실에 대한 전파이다. 핵심은 간명하다. 물리적으로 지구생태용량의 2배에 상당하는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화석연료는 여전히 남용되고 있고 기후변화는 피해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그 여파의 하나로 미세먼지 재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핵발전은 석탄 화력에 비해 발전단계에서 미세먼지 배출이 적지만, 원료 채취와 핵폐기물 처분이라는 만 년 단위의 아득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결코 저탄소, 저 미세먼지 발전체계가 아니다.
논점을 납치하는 거짓 논리는 언어뿐 아니라 실천으로 극복해야 한다. 가장 큰 실천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 그룹이 그 전파자가 되어야 한다.
입력 : 2019-04-01
작성 : 홍혜란 / hrhong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