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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을 위한 발걸음



김진수ㅣ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부교수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이후,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칭)”을 설치하기로 하고,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 작성을 시작하는 등 다양하고 발 빠른 후속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설 속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국가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절대적인 화석연료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가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다. 더욱이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 비용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황은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 구조 전환과 전기차·수소차와 같은 저탄소 친환경 산업 육성, 저탄소 혁신기술 확보, 저탄소 신산업 생태계 조성, 순환경제, 도시와 국토의 탄소중립, 불평등과 소외가 없는 공정한 전환 등 시정연설과 이후 논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달성 방안은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쇄 수단을 포함한 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것을 의미하는 탄소중립은 우리가 지금까지 고민해온 것 이상의 변화가 필요한, 일종의 에너지 소비와 생활 양식의 대변혁이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 여러 전문가, 시민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탄소중립은 단순하게 에너지 수급 체계만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되는 문제―물론 이것도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가 아니기 때문에, 미처 살피지 못한 영역이 없는지, 대안의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 담보될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하며, 특히 재원 마련과 사회적 합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탄소중립 계획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선발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은 일찍이 2008년에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을 제정하면서 2050년에 탄소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대비 최소 80% 이상을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5월 정부의 요청으로 기후변화위원회(Committee on Climate Change)는 탄소중립(Net Zero)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영국은 기후변화법 제정 이후 2009년부터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의회 제출용 경과보고서(“Reducing UK Emissions, Progress Report to Parliament”)를 발간해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행 상황 및 앞으로의 제안과 함께 각 정부 부처에서 실행해야 할 정책과 실행 시기까지 담겨있다. 지난 6월 발표된 2020년 경과보고서에는 새로운 목표인 탄소중립을 위해 2008년 이후의 성과와 시사점을 분석하였으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코로나19가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도 다루었다. 이 보고서에서 밝힌 영국이 시행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수단은 다음과 같다.


■ 자원 및 에너지 효율: 생산 과정에서의 자원 효율(resource efficieny)과 에너지 효율을 통한 에너지 소비량 감소
■ 사회적 선택: 육류와 유제품 소비, 자동차나 비행기 여행과 같이 탄소집약적인 활동을 줄이는 선택을 늘려가는 것
■ 광범위한 전력화: 수송과 열 부문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의 전력화(electrification)를 진행하면서 재생에너지, 원자력,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적용된 화석연료 발전으로 전력 공급
■ 수소경제 활성화: 산업 공정이나 높은 에너지 밀도가 필요한 부문을 중심으로 수소경제 도입(그린 수소)
■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발전과 수소 공급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활용
■ 농업과 토지이용의 변화: 앞서 제시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음식물류폐기물 줄이기, 농축산업의 토지사용 규모 축소 등을 통해 농업과 토지이용 배출량 저감
■ 대기 중 탄소 제거: 항공과 필수 농업 등 저탄소 대안이 제한적인 부문의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대기 중 탄소 제거 활동


이와 같은 수단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탄소중립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에너지(전력, 수소, 온수 등)의 형태가 무탄소(zero-carbon) 에너지원이어야 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동(여행)하는지, 무엇을 먹는지, 토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고민해서 탄소중립적인 ‘사회적 선택’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어떠한 과정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가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생활 양식이 탄소로부터 자유로운가를 고민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하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다른 한 가지는 에너지 자체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다. 기술을 통해 더 적은 연료 투입으로 동일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함께 전방위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효율혁신을 통한 에너지 소비량 감소는 이른바 실제로 소비하지 않는 최고의 연료원(first fuel)이 될 수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최적의 대안은 아닐지라도, 에너지 공급자를 대상으로 에너지 판매량과 비례해 에너지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다양한 효율 향상 투자를 유도하여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nergy Efficiency Resources Standard)의 도입은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아울러 과거에 비해 소홀해진 에너지 절약에 대한 노력을 다시 경주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아진 소득수준에 따라 조금 더 편안하게 생활해도 되지 않느냐, 즉 조금 더 에너지를 편안하게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고민해 볼 수 있었으나,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근본적으로 적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환영한다.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이 급변해 오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 탄소중립 목표 설정을 시작으로 한국의 에너지 수요 및 공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계기가 마련되었다. 세계 7~8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탈탄소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출발하는 탄소중립 목표이지만, 빠르게 이행하는 것보다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 같이 百年之大計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꾸준하고도 변함없는 에너지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입력 : 2020-12-15
작성 : 김진수 / enet700@e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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