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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은 에너지전환에 있다





박재묵 ㅣ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지금 우리는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서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첫 번째 고통은 지구상의 인류가 모두 겪는 것으로서, 기후변화이다. 지구 온난화로 생물종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인간도 홍수, 물 부족, 침수, 폭염, 질병 창궐, 기근 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교토체제와 이를 계승한 신기후체제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부응하여 2030년 배출전망치의 37%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뒤로 후퇴할 수 없는 약속이다. 


두 번째 고통은 미세먼지 등에 의한 대기오염이다. 미세먼지는 조기 사망의 원인임이 밝혀지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세먼지의 경우, 대체로 절반 또는 그 이상이 국내에 발생원을 갖고 있고, 발전소, 교통수단, 산업체 등에서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올라감에 따라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중심으로 노후 발전소 폐쇄, 신규 발전소 건설 중단, 기존 발전소 환경설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석탄발전소 퇴출만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세 번째 고통은 원자력발전과 사용후 핵연료로부터 오는 위험을 안고 사는 것이다. 최근에 원자력발전의 위험을 깨우쳐 준 것은 2011년 3월에 있었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2016년 9월에 발생한 경주 지진이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면서도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에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진도 5.8의 경주 지진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전 대신에 안전’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기반으로 하여 대선과정에서 여러 후보가 탈핵을 공약으로 채택하였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드디어 지난 6월 고리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핵을 선언하였다. 지금은 탈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3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을 추진하는 길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은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에너지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말하는 것으로서 현재 국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은 대체로 기존의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통한 에너지 수요 관리이고,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의 활용이 강조되기도 한다.    


원자력 에너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원자력이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한 주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대안은 근본적 해결이라기보다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을 지속할 경우, 사고는 사고대로 우려되는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반감기가 수만년에 이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누적되어 간다는 점이다. 인간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수만년 동안 격리시켜 관리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바로 심지층 처분이다. 이 방식은 결국 우리가 발생시킨 위험물질과 그 관리의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원자력은 안전의 관점에서는 물론 윤리의 측면에서도 지속되기 어려운 에너지이다.  


에너지전환은 이제 글로벌 트렌드다. 에너지전환은 탈핵 및 탈석탄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탈핵에 비하여 탈석탄의 움직임이 훨씬 보편적이다. 신흥 개발도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석탄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탈핵의 대열에는 유럽의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 등 잘 사는 유럽 국가들이 앞장서고 한국과 대만이 늦게 합류했다.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거나 짓고 있는 나라가 31개국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8개국의 탈핵 선언은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2014년에 이미 전 세계 1차 에너지와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3.8%와 22.3%에 이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10개국은 아이슬란드(89.3%), 노르웨이(43.5%), 뉴질랜드(39.1%), 스웨덴(34.4%), 칠레(32.4%), 오스트리아(30.8%), 핀란드(29.6%), 덴마크(27.8%), 포르투갈 (24.6%), 스위스(21.2%) 등이다. 탈석탄이나 탈핵을 선언한 국가에서는 물론 그런 선언을 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전시설을 가진 국가로서 탈핵도 탈석탄도 선언한 적이 없지만, 금년 3~4월에는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발전의 발전량을 넘어섰다. 중국의 경우에는 한편으로 원전을 확대하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2015년에 전체 발전량의 2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2014년에 전체 전력의 12.6%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자료에 의하면, 발전시설에 대한 투자는 재생에너지, 화석연료, 대수력, 원자력 순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혁명의 원동력은 재생에너지 설비 비용의 급속한 하락과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2년이 되면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발전보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게 된다. 재생에너지가 환경성에서는 물론 경제성에서도 우위에 서게 됨으로써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우리 정부도 이제 탈핵과 탈석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와 LNG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탈석탄 정책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미 추진되었고, 탈핵 선언은 문재인정부에 와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역사적인 에너지전환의 시대를 맞아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시민단체 역할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권력 감시와 비판을 넘어서서 진보적 에너지 정책이 굴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역할을 생각해볼 때이다.




입력 : 2017-09-01
작성 : 박재묵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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