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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4부 ② 메말라가는 양쯔강·황허·란창강 발원지

경향신문 | 입력 2008.03.24 03:45

ㆍ'중국의 물탑' 싼장위안 곳곳 '뱃살' 드러내

칭짱(靑藏)철로. 칭하이성 수도 시닝과 시짱 자치구(티베트) 수도 라싸를 잇는 철도다. 2006년 7월 개통한 이 철로는 해발 평균 4000m의 칭짱고원(티베트고원)을 2000㎞ 잇는 세계 철도 사상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 만년설 빙하 상당부분 녹아있어

↑ ‘중국의 물탑’으로 불리는 산장위안의 모습.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강줄기가 군데군데 끊겨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투오투오허 | 홍인표특파원>

지난달 19일 오후 8시28분, 시닝역을 떠난 칭짱철로 N 917편에 올랐다. 이 열차를 탄 것은 티베트에 가려는 목적도 있지만, 싼장위안(三江源)을 지나기 때문이었다. 싼장위안은 문자 그대로 강 3개의 근원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과 두번째 긴 황허, 중국 남부 지방을 관통해 동남아로 흘러들어가는 란창강 등 3개의 강이 바로 싼장위안에서 시작된다. 해발 4200m의 싼장위안에서 양쯔강 수량의 25%, 황허 수량의 49%, 란창강 수량의 15%가 나온다. '중국의 물탑'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튿날 낮 12시쯤. 열차가 투오투오허 역사로 서서히 미끄러들어갔다. 투오투오허는 양쯔강 발원지의 하나로 해발 4533m에 자리잡고 있다. 병풍처럼 칭짱철로를 에워싸고 있는 쿤룬산과 탕구라산 사이에서 해발이 가장 낮은 곳이다. 왼쪽으로 '양쯔강의 근원'이라는 뜻의 '장강원(長江은 중국어로 '양쯔강'이라는 뜻)'이라고 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붓글씨가 담긴 비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총연장 6000㎞의 양쯔강이 대장정에 오르는 것이다.

투오투오허 주변 오른쪽에는 거란단둥 설산 등 해발 6000m 이상 설산 20여개가 이어져 있었다. 어떤 설산은 만년설로 덮여 있지만 어떤 설산은 상당 부분 빙하가 녹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오투오허는 동쪽으로 흘러가면서 탕취에 이르고 그곳에서는 퉁톈허로 부른다. 이어 강물이 쓰촨성 경내로 들어서면 진사(金沙)강이 되는 것이다. 열차가 잠시 정차하는 틈을 타 플랫폼에 내려섰다. 영하 14도의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때마침 내린 눈이 투오투오허를 덮고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자 역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강이 있었다. 꽁꽁 언 강 위에서 두 사람이 얼음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투오투오허를 비롯해 탕취허, 추마얼허 등 양쯔강의 3개 발원지는 현재 사막화가 심상찮다. 열차 밖으로 내려다본 투오투오허 일대는 강물이 끊겨 있거나 황량한 초원의 모습이 많았다. 초원이 황량해진 것은 고원에 살고 있는 쥐와 토끼가 풀뿌리를 몽땅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머지않은 장래에 추마얼허 등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물부족→사막화→물부족 악순환 계속

중국의 심각한 물 부족은 바로 중국의 물탑인 싼장위안이 갈수록 메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수량이나 강설량이 적은 것도 이유이지만 싼장위안의 빙하들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녹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열차 밖으로도 빙하가 줄고, 호수의 물이 마른 풍경이 이어졌다. 물이 부족해져 사막화가 이뤄지고, 이것이 다시 물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학원 칭짱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4년까지 해발 5700m 이상 빙하지대의 여름철 기온은 10년마다 0.5도씩 오르고 있다. 중국 과학원 칭짱연구소 캉스창(康世昌) 연구원은 "온도가 오르면서 빙하가 계속해서 녹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 청두(成都) 산지연구소 양융(楊勇)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 가속화에 따라 양쯔강 수량이 앞으로 4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13일, 티베트와 인접한 중국 윈난성 리장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장강 제일만'을 찾았다. 투오투오허에서 떠난 '양쯔강 강물이 가장 먼저 만을 이루는 곳'이라는 뜻으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고속도로 매표소를 지나 2~3분 가자 한눈에 강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웃 마을인 스구(石鼓)진에서 태어나 줄곧 살고 있다는 펑리위안(43·여)은 20위안(약 2600원)만 내면 경치 좋은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권유했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에 선뜻 응낙하고 그를 따라 건너편 산기슭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숨을 헐떡이며 따라 올라갔더니, 전망 좋은 목이 나타났다. 한눈에 강물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펑리위안은 "지금은 겨울철이라 물이 적다"고 말했지만, 봄이 된다 해도 수량이 눈에 띄게 늘 것인지는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 수량 줄어든 황허 '검은 강' 오명

12월15일, 윈난성 성도인 쿤밍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에 있는 시솽반나 다이족 자치주. 중국 남쪽 버마와의 국경 지대다. 자치주의 수도인 징훙(景洪) 시내에 가니 바로 란창강 대교(716m)가 자리잡고 있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란창강은 그다지 강폭이 넓지 않았다. 싼장위안에서 출발한 강물은 느릿느릿 중국과 경계를 이룬 버마 국경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 강물은 버마 국경으로 넘어가는 순간 메콩강이라는 다른 이름이 붙게 된다. 생각보다 강물이 많지 않았다. 모래 삼각주도 많이 드러나 있었다.

다시 지난달 25일. 간쑤성의 성도인 란저우를 찾았다. 싼장위안에서 떠난 황허가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중산교에서 내려본 황허는 수량이 충분해 보였다. 칭하이성 성도인 시닝에서 본 것처럼 아주 맑은 물은 아니었지만 유유히 중류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틀 뒤, 네이멍구 제2의 도시 바오터우 아래를 휘감고 있는 황허는 얼어붙은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물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다.

황허는 수량이 부족하고 강 기슭에 있는 공장들의 폐수가 흘러나오면서 '검은 강'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상태다. 황허뿐 아니라 중국 대륙의 수많은 강이 수량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또다른 병리현상이 강을 목마르게 하고 있다.

〈 투오투오허·시솽반나(중국) | 홍인표특파원 〉
http://issue.media.daum.net/environment/view.html?issueid=2681&newsid=20080324034516448&fid=20080324034516448&lid=200803100238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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