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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4부-①네이멍구·닝샤·간쑤성의 사막화

경향신문 | 입력 2008.03.17 02:52

ㆍ'월아천' 옆 누각 모래바람에 너덜너덜

ㆍ샹사완 모래언덕엔 풀 한포기 안보여

중국 서북지방인 간쑤성 둔황. 신라 혜초 스님의 수행기인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모가오쿠(莫高窟)가 있는 관광지로 우리에게 낯익은 곳이다. 모가오쿠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밍사산(鳴沙山)은 산 전체가 모래로 덮여 있다. 밍사산 안에 자리잡고 있는 웨야취안(月牙泉)은 문자 그대로 초승달 모양(중국말로 '웨야'는 '초승달'이라는 뜻)의 샘물이다.

↑ 유명 관광지인 중국 둔황 웨야취안 일대가 심각한 사막화로 신음하고 있다.

웨야취안은 모래바람이 갈수록 늘어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완전히 모래에 뒤덮힐 위기마저 맞고 있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물이 찼어요." 밍사산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낙타를 태워주는 장진푸(張進福.42)는 웨야취안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그는 "현재 설치한 철조망 훨씬 바깥까지 물이 있었다"면서 어렸을 때 늘 찾았던 웨야취안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밍사산 부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여름철이면 줄곧 모래산인 명사산을 넘어 친구 7, 8명과 함께 월야천에서 멱을 감았다. 입장료를 받은 것은 1983년으로 당국이 자연 보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는 언제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물고기도 많았다. 비늘이 전혀 없어 맛이 그만이었다. 지금은 물도 마실수 없고 물고기는 아예 찾을 수조차 없다.

지난달 24일 오후 4시쯤 둔황시의 한 공사 현장. 낙타를 타고 웨야취안에 도착하자 대형 화물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갈수록 말라가는 샘물에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공사였다.

한폭의 그림과 같은 사막속의 샘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대부분은 얼어 있었다. 샘물의 수심은 불과 1.1. 1960년대만해도 7.5가 넘었지만 지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었다. 강수량이 거의 없는데다 둔황의 지하수 수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은지 120년되는 버드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남은채 샘물의 고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물은 생명의 근원, 한방울의 물도 아끼자'. 웨야취안에는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팻말이 여러개 서 있었다.

둔황은 18만명이 살고 있는 사막지대 오아시스다. 그러나 중국에서 6번째로 큰 쿠무타거 사막이 해마다 1~4㎝씩 접근하고 있어 사막화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사막은 이미 둔황 5㎞까지 다가왔다.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50년이 지나면 둔황은 물론 모가오쿠, 밍사산, 웨야취안 모두가 모래더미에 파묻히게 된다. 모가오쿠도 갈수록 악화하는 생태환경을 감안해 2시간 정도 관람 시간에 문화재 보존을 위해 7,8개의 동굴만을 개방해 보여주었다. 그나마 조만간 실물 공개는 금지하고 모조품만 보여준다는 후문이다.

기자가 도착하기 전날인 지난달 23일에도 둔황에는 엄청난 황사가 불어왔다. 둔황 공항에서 만난 택시 기사 천후이창(陳會强·35)은 "밍사산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황사가 강력했다"며 "하루전에 도착했으면 전혀 탐방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황사를 가져다 주는 대표적인 발원지는 쿠부치 사막이다.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규모이며 중국에서 7번째로 큰 사막이다.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제2의 도시 바오터우(包頭)에서 황허를 건너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쿠부치는 몽고말로 '활시위'라는 뜻이다. 북쪽으로 5㎞ 떨어진 황허가 활이라면 쿠부치 사막은 활시위라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지프차로 간신히 사막에 올라서자 끝없는 모래 구릉이 이어지고 있었다. 쿠부치 사막은 3월부터 시작해 4월말까지 황사가 가장 심하다.

그나마 쿠부치 사막은 나름대로 인공 조림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2년부터 공청단이 이 곳에 관심을 갖고 인공 조림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심었다는 쿠부치 사막의 한중생태우호림의 상당수 나무들은 이미 모래에 잠겨 있었다. 기자를 안내한 어얼둬쓰(鄂爾多斯)시 다라터(達拉特)기(旗·네이멍구에서 기는 중국의 '현'과 같은 수준의 행정단위) 공청단 위성뱌오(余生彪·35) 부서기는 "일본이 10여년 동안 400만평에 나무를 심은 반면, 한국은 불과 2년만에 200만평에 나무를 심었다"며 한국 기업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위성뱌오 부서기는 "베이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앙정부에서도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자금 투입이 크게 모라자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쿠부치 사막 언저리에 있는 샹사완(響沙灣)은 한여름 모래가 햇볕에 달궈졌을 때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모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곳의 모래 언덕은 높이 110, 너비 400에 이른다. 풀 한포기 찾기가 힘들다.

지난달 27일 바오터우에서 차를 타고 샹사완을 찾았다. 황허의 지류인 한타이취안(罕臺川)이 커다란 모래 언덕 앞을 지나고 있었다. 강물이 지나고 있어도 사막화를 막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 곳에서 말 2마리를 키우고 있는 마윈(馬雲·54)은 "3,4월이면 워낙 바람이 많이 불어 제대로 앞을 볼 수가 없다"며 "그나마 5월이 지나면 상태가 나아진다"고 말했다.

중국은 사막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의 하나다. 전국토의 18%가 사막이다. 사막화 현상이 심각한 것은 강수량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자연재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재(人災)이기도 하다. 양이나 말들이 풀을 뿌리채 뽑아먹으면서 풀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막화는 오늘날 환경 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대륙의 또다른 병리 현상이다.

< 둔황, 어얼둬쓰 | 글·사진 홍인표특파원 >
http://issue.media.daum.net/environment/view.html?issueid=2681&newsid=20080317025205915&fid=20080324034516448&lid=200803100238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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