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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3부 ④ 티베트족의 외침-라싸·윈난성을 가다

경향신문 | 입력 2008.03.10 02:38 | 수정 2008.03.10 05:32


ㆍ마구잡이 광산개발에 국토는 '누더기'

ㆍ황사 예년보다 두달 일찍 시작, 기온도 10년마다 0.3도씩 상승

중국 서남부 시짱(西藏)자치구(티베트) 수도 라싸. '세계의 지붕'인 칭짱고원을 가로지르는 칭짱철로(연장 2000㎞)를 통해 지난달 20일 오후 8시(이하 현지시간) 도착했을 때 때아닌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해발 3650m인 라싸에 눈이 내리는 것은 지난해 2월에 이어 1년 만이다. 그것도 눈이 쌓인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전언이다.

↑ 티베트가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기후 온난화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건축 공사를 준비 중인 티베트 양줘융 호수 인근의 한 마을 풍경.

이튿날인 21일 오전 9시, 라싸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역대 달라이 라마(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들의 거처였던 포탈라궁에 오르자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산증 때문에 두통은 계속됐으나 시내 사위를 둘러싼 흰 눈과 한 폭의 그림을 연출했다. 라싸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줄기인 라싸허는 1급수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푸른 옥빛이 감돌았다. 그러나 라싸는 겉과 달리 속으로는 지구온난화의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시짱 자치구 기상국에 따르면 라싸는 10년마다 연평균 섭씨 0.3도씩 오르고 있다.

기상국에서 만난 기상 캐스터 쫑지(31·여)는 "대학 다닐 때만해도 겨울에는 장갑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추워서 다니지를 못했다"면서 "요즘은 장갑이 필요없을 정도로 겨울이 따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연 빙하도 녹아 내리고 있다. 라싸에서 티베트 제2의 도시 르카쩌에 이르는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카눠라 빙하는 지난 몇 년 새 절반 이상 녹았다는 게 한 주민의 설명이다. 그는 "도로가 만들어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빙하가 녹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지 기상 전문가들은 티베트 빙하가 지난 30년 동안 131.4㎢ 녹았다면서, 오는 2090년에는 빙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황사도 심상찮다. 르카쩌나 히말라야 산맥 기슭의 아리 마을. 빙산이 녹은 민둥산 자락에서 모래 바람이 가끔씩 라싸 시내를 강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월 말 갑자기 황사가 들이닥쳤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해마다 3월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예년보다 2개월 먼저 찾아온 것이다.

티베트 주민들은 환경 파괴에 대해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까. 지난달 21일 오후 6시. 라싸 도심 서남쪽에 있는 시짱대학을 들른 김에 대학 앞 카페를 찾았다. 시짱대학 졸업생 3명(여 1명, 남 2명)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티베트의 지구 온난화 현상은 중국 내륙에서 몰려든 한족들이 금이나 구리,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무리하게 개발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은행원이라는 한 여성은 "티베트의 전통 불교는 호수나 산, 나무 등 자연에 신령이 깃들었다고 믿고 있다"며 "티베트 사람들은 이 같은 불교를 믿으면서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를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종교 행위로 여겼던 티베트족들과 달리 내지에서 몰려든 한족들은 돈 되는 자원 개발에 혈안이 돼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 기업에 다닌다는 한 남성은 "(히말라야 산맥 기슭인) 아리 지방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며 "최근 들어 이곳 일대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닌 게 아니라 라싸 도심에서는 '광산개발'이라는 간판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중국 기업들이 라싸에 본사를 두고 현장에서 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난달 23일 오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나오면서, 라싸 외곽 지역에 중장비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아파트 단지도 눈에 들어왔다.

티베트족 공무원들은 온난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환경보호국 공무원은 "온실효과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고 있다"며 "문제는 일반 주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환경보호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의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티베트족의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은 각양각색이지만 칭짱 철로 개통 이후 더욱 활발해진 한족들의 티베트 러시 이후 불어닥친 황금만능주의식 개발 열풍이 티베트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티베트 경계에 있는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 서기 8세기쯤 윈난성에서 나온 차나 생필품을 티베트로 옮기기 위해 만들었던 '차마고도'가 두 곳을 잇고 있다. 윈난성 성도인 쿤밍(昆明)에서 비행기로 1시간 가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관광지 리장(麗江)이 나온다. 이곳은 티베트 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찾아간 리장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해발 5596m 위룽(玉龍) 설산. 케이블카를 20분 이상 타고 찾아간 위룽 설산 4506고지는 해발 4200m까지 만년설이 쌓여있지만 그다지 눈이 많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윈난성 환경단체인 '녹색유역' 리장 대표처 관계자들은 "위룽 설산 눈 높이가 해마다 50㎝씩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설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데다 (지난해 16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았다), 지구온난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 라싸 리장(중국 윈난성)|글·사진 홍인표 특파원 〉
http://issue.media.daum.net/environment/view.html?issueid=2681&newsid=20080310023805138&fid=20080324034516448&lid=200803100238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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