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獨 총리, 美 의회 연설
"온실가스 감축 막는 벽 넘어야"
1987년 6월 12일 로널드 레이건(Reagan)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 앞에서 "미스터 고르바초프(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 벽을 허무시오"라고 외칠 때, 장벽 너머 동독에서는 30대의 여성 물리학도 앙겔라 메르켈(Merkel)이 자유를 꿈꾸며 그 호소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의 붕괴(1989년 11월 9일) 20주년을 앞둔 3일, 메르켈은
독일 총리의 신분으로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그는 먼저 "우리 독일인들은 미국인 친구들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 잘 알고 있으며 내 개인적으로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레이건과 조지 부시 등 통독(統獨)에 기여한 역대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 ▲ 獨총리, 52년만의 美의회연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아래)가 3일 독일 총리로는 52년 만에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사 진은 연설을 마친 메르켈 총리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오른쪽)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에게 손을 내밀어 감사 표시를 하는 모습./로이터 뉴시스
메르켈은 이어 레이건의 말을 인용해 "우리 세대는 오늘날 우리를 가로막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벽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북극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아프리카인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파괴로 난민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지구의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한다는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다음 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도쿄의정서보다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메르켈은 "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동참해야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공통의 가치를 가진 독일과 미국이 솔선수범해서 다른 나라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메르켈의 미 의회 연설은 1957년 콘라트 아데나워(Adenauer) 전 서독 총리 이후 처음으로 상·하원 의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메르켈이 연설하는 동안 미 의원들은 10여 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법안에 반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아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출처 : 조선일보 김민구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1/05/20091105000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