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불’ 밝히고 ‘기름’뽑고…아낌없이 주는 나무
[녹색경제로 가는 길] <2부> 재생에너지 강국에서 배운다
③ 핀란드                   
핀란드 위베스퀼레에서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달리니, 끝없이 펼쳐지던 숲 가운데 10만㎡ 넓이의 검은색 평지가 맨몸을 드러냈다. 핀란드 에너지기업 바포(VAPO)사 소유의 ‘피트’ 생산지다. 피트는 나무·풀 등의 식물이 지하에 오랫동안 묻혀 흙처럼 변한 물질로, 석탄처럼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데 쓰인다. 우리말로 ‘토탄’이라고도 한다. 핀란드는 피트 매장량이 1000만㏊(헥타르)에 이를 정도로 풍부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6%를 여기에 기대고 있다.

삼림자원 활용 재생에너지 80% ‘목질계 바이오매스’ 

» 2007년 핀란드 에너지 사용 비중

정부, 보조금 지급 등 권장…나무서 디젤 추출 연구도

피트와 나무팰릿(압축가공물)을 주연료로 삼아 지역난방 시설들을 운영하는 바포사엔, 요즘 피트를 다 캐고 남은 땅을 재활용하는 게 가장 큰 관심사다. 다시 숲을 조성해 삼림자원으로 만들 수도, 빨리 자라는 갈풀을 심어 비교적 빠르게 연료원으로 회수할 수도 있다. 레이요 바타넨 바포사 대외협력 담당은 “어쨌든 ‘나무를 중심으로 다시 활용되는 에너지’라는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화석에너지로 분류되는 피트에 대해, 바포사가 굳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재생되는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핀란드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대신에 국토 대부분을 덮고 있는 삼림자원과 피트를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에너지 사용 현황(2007년)을 보면, 화석연료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재생에너지(25%)와 피트(6%)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재생에너지의 80% 이상은 연료용 목재와 각종 나무 부산물에서 나오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다. 전국 160여곳의 열병합발전소(CHP)가 이들을 연료로 삼아 전체 지역난방의 75~80%, 전력 공급의 30%를 떠맡는다. 전체 국토의 80%를 차지하는 삼림자원을 활용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는 단지 부존자원이 풍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1940년대 땔감 사업으로 시작한 바포사가 반세기가 넘도록 ‘나무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것처럼, 핀란드 사람들은 오랫동안 삼림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재생하는 기반을 만들어왔다. 숲가꾸기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에 가깝고, 지역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뭇조각 수거·가공업체가 활성화돼 있다. 화석연료를 쓰는 업체에는 ‘탄소세’가 부과되는 반면, 목질계 바이오매스 생산·투자 활동에는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 핀란드 고용경제부의 페테리 쿠바 재생에너지 담당자는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고민이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자체 목표를 설정했다. 유럽연합(EU)의 방침(20%)을 크게 웃도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나뭇조각·나무팰릿 생산 및 사용을 지금보다 늘리는 한편, 나무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연료 생산시설 4군데 건설 계획
‘대한민국표 바이오매스’ 힘찬 시동

우리나라의 헥타르(1만㎡)당 평균 임목 축적량은 123㎥로 삼림자원 규모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한 목질계 바이오매스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별로 없고, 태양광·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의 뒷전에 밀려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매스 시설인 열병합발전소는 2006년 서대구에 지어진 1기가 전부이다. 발전 연료로 쓰이는 나무팰릿의 생산 시설은 지난해에야 경기 여주에 처음 들어섰다.

환경부는 2030년 전체 에너지 보급량 가운데 바이오매스·폐자원 에너지의 비중을 7%(현재 1~2%)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산림청은 군산·여주 등 4군데에 나무팰릿 생산시설을 더 지을 방침이며, 열병합발전소 두 곳을 추가 건설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해 3만8000t 수준인 나무팰릿 생산은 올해 말 11만3000t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정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실 책임연구원은 “문제는 아직 연료 수집·생산·수송 등의 기반시설이 부족해 비용이 높다는 점”이라며 “우선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폐목재, 농산어촌에서 숲가꾸기 부산물로 나오는 바이오매스 등 두 가지 분야를 나눠 각각 최적화된 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출처:한겨레/최원형 기자/09/7/6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640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