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소비패턴과 국가 미래

  • 손양훈·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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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용 심야전력은 전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심야시간대에 발전설비의 이용률을 높이는 목적으로도입된 제도이다. 심야시간대 전기를 이용하여 24시간 난방을 하는 보일러·온수기 등의 기기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저렴한 요금제도이다.

  이 제도는 오래전인 1985년부터 시행하였다. 그 당시에는 원전이 생산한 전기가 심야에는 많이 남는 상태였다. 심야에 수요를 개발해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지나치면 좋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유가가 급등하면서 등유보다 심야전력이 오히려 더 싼 형편이 되어버렸다. 전기는 편리하고 깨끗한데다가 가격까지 싸다니 결과는 보나마나이다. 심야전력을 선택하는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심야에 전기가 남는 것이 아니라 전기사용량이 급증했다. 비싸게 돈을 들여 수입한 천연가스나 석유를 사용해서 어렵게 공급해야 하는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천연가스나 석유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라 연동하여 변한다. 시장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력은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가격이 규제되어 있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정부의 입장 때문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등유와 전기는 난방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이다. 등유는 불편하지만 싸고, 전기는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비싸다. 등유는 싼 가격으로 전기는 편리함으로 승부한다. 좋은 경쟁관계이며 시장이 가격을 통하여 수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구조가 깨져버린 것이다. 경쟁시장에서 등유는 가격이 상승하는데 전기는 고정되어 있다면 가격변화에 따라 수요가 전력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시장의 불균형을 전력이 소화해 주어야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력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적합한 에너지가 아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데에는 막대한 설비를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해야 가능하다. 또한 전력은 저장도 되지 않는다. 저장도 가능하고 비교적 쉽게 수입할 수 있는 등유의 역할을 전력이 떠맡는 괴이한 시장형태이다. 가격이 왜곡되면 얼마나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심야전력이 과도하게 낭비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다. 심야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깨끗하고 편리한 전기를 사용하는 비용은 공짜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전기 소비자가 부담해 주는 것이다. 심야에 전기가 남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만, 이게 지나쳐서 더 큰 비용을 유발하는 정도가 되면 대다수 전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지속해왔던 에너지 소비패턴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녹색성장을 국가적 어젠다로 채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야전기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일이 지난 수년 동안 고쳐지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경제학의 중요한 원리 중에 하나는 비용을 발생시킨 사람에게 부담을 지워야 낭비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구조를 지속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이런 제도를 유지할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다. 이른 시일 내에 고쳐져야 할 제도 중의 하나이다.

출처 : 조선일보 2009.05.2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20/2009052001770.html?srchCol=news&srchUrl=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