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는 생활 속 지혜
[115호] 2009년 12월 02일 (수) 09:56:12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량이 확정되었다. 2005년 기준 4% 감축. 2005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5억9110만t이니까, 그중 2400만t 정도를 줄이겠다는 뜻이다(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2.28t에서 11.70t으로 감축). 그동안 정부(녹색성장위원회)는 세 가지 안(①2020년까지 2005년 대비 8% 증가 ②2020년까지 2005년 대비 배출량 동결 ③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감축)을 놓고 고심해왔다. 그리고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 범위(BAU(배출 전망치) 대비 15~30%) 중 최고 수준(30% 감축)을 선택했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들은 목표치가 낮다는 입장이다. 11월17일 오후, 녹색연합·녹색교통운동·부안시민발전소 등 6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감축 능력을 감안할 때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5%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9위이고, 지난 100년간 누적 배출량이 세계 22위인데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기초자료부터 잘못 되었다”라고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은 말했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배출 전망치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변동이 심한 유가 전망을 2020년 배럴당 60달러로 반영해 에너지 소비 계획을 잡고, 최근 들어 줄고 있는 배출 증가율도 연평균 2.1%로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감축안은 이미 발표 전부터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유진 국장은 11월17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등이 감축안을 발표하고 “역사적인 날” 운운하는 것을 보며, 한 편의 잘 짜인 단막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8월3일, 녹색성장위원회는 환경·시민단체의 에너지·기후 관련자들을 초치했다. 그리고 2020년 온실가스 감축안 세 가지를 알려주었다. 이의 제기나 토론이 없는 통보. 그런데 다음날 언론에 버젓이‘환경 시민단체와 협의한’ 3가지 안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국장은 그 같은 태돌르 보며 “정부와 산업계의 들러리를 선 기분이었다”라고 돌이켰다. 그는 이런 이유로 정부의 감축안을 산업계의 로비에 의한 결과물로 판단한다.

환경·시민단체 "2005년 대비 25% 감축하라"

수치만 놓고 보면 “전 세계 동네방네 다니며‘저탄소 녹색 성장’ 등을 떠들어댄 정부가 내놓은 목표치치고는 낯부끄러운 수준”(환경·시민단체 성명서)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2005년에 발효된 교토 의정서에 따라 1990년 대비 5.2% 감축을 실현하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도 최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감축을 선언했고,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브라질도 현재 20~40% 감축을 목표로 마지막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PCC도 전 세계가 1990년 대비 50%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만약 한국이 선진국 수준(1990년 대비 5.2% 감축)으로 감축한다면 202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5000만t 안팎이 된다.

물론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불가능한 수치이고, 현실적으로는 선진국과 보조를 맞출 필요도 없다. 선진국은 이미 100여 년 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했지만,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50년 정도밖에 배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중국이나 다른 개도국들도 이 같은 논리를 펴며 온실가스 감축에 비교적 미온적이다). 그렇더라도 지난 15년간의 증가율(98.7%)과, 누적 온실가스 양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환경·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수치야 어떻든, 이제 시동이 걸렸으므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도 4대강 사업처럼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계획대로라면 일단 내년에 당장 온실가스·에너지 목표 관리제를 가동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에너지 다소비 사업과 대형 건물 등은 정부와 협의해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일단 정부는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주택·건물과 교통 분야 위주로 감축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도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크다.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는 산업계(특히 철강·시멘트·화학 업계)는 봐주면서 왜 시민들을 쥐어짜느냐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잘못되었다. 산업계부터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 우선 부담 지우려는 정책은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이성조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말했다.

이팀장이 “특혜” 운운하며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005년 기준으로 산업·발전 분야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비중은 전체 온실가스의 54.4%나 되었다. 반면 수송 분야는 16.6%, 가정·사업 분야는 10.4%였다(그 외 산업공정 분야 11.0%, 농축산물 분야 2.5%, 폐기물 분야 2.2%, 공공·기타 분야 0.8%). 지은‘죄’만 놓고 보면 정부로서도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는 셈이다.

이산화탄소 줄이는 12가지 방법

그렇다면 가정·교통 분야에서는 언제, 어떻게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일까. 정부가 쥐어짜기 전에 각 개인이 자신의‘탄소 발자국(인간이 상품의 생산·소비를 통해 직간접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점검해 보자. 그래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각 개인이 판단하면, 인류가 직면한 최고 난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는 마음으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동참해 보자. 최근에는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이 세계적인 운동에 동참하는 추세다.

일단 출퇴근부터 점검해보면 어떨까. 25km 거리의 직장을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탄소 발자국이 거의 생기지 않지만, 버스나 지하철 혹은 승용차로 오가면 다르다. 탄소 발자국이 커진다. 2008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은 km당 0.04kg, 버스는 0.69kg, 승용차는 무려 5.25kg의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교통수단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선풍기 에어컨, 온풍기, 휴대전화, 컴퓨터, 텔레비전 모두 크고 작은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종이컵은 11g, 샴푸는 148g의 탄소를 배출한다. 밥 한 끼를 먹어도 탄소 발자국이 남는다. 특히 육류를 먹었을 때 족적이 가장 뚜렷하다. 가정에서, 사무실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원인과, 그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을 함께 소개한다.

♦ 1℃의 위력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생활의 지혜’는 실로 다양하다. 가정에서, 사무실에서, 길거리에서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가능하다. 일단 집안의 온도. 여름에는 26℃ 이상으로, 겨울에는 20℃ 이하로 조절한다. 난방이나 에어컨을 1도만 낮추어도 가구당 이산화탄소를 연간 231kg 줄일 수 있다. 집안 온도를 낮춰서 춥다면 내복이나 스웨터를 입으면 된다. 목도리나 모자도 큰 도움이 된다.

♦ 지구 잡는 쇠고기  퀴즈 하나. 가축과 자동차 가운데 누가 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까? 놀랍게도 가축이 답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를 가축이 뿜어낸다. 트림과 방귀와 거름으로(소 100만 마리가 이산화탄소를 하루 220t 배출한다). 미국 국토의 26%가 가축의 방목에 활용되고, 전 세계 곡물의 70% 정도를 가축이 먹어 치운다. 그마저도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태반인 세상에서 말이다. 물도 엄청 소비한다. 밀 1kg 생산에는 물이 750ℓ 들어가지만,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물이 10만ℓ 필요하다. 고기 1kg을 만들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온 집안에 불을 켜둔 채 3시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맞먹는다. 그렇다고 소가 밉다는 말이 아니다. 육식을 줄이자는 것이다.

♦ 160km 안에서 빙빙 로커보어(Locavore)가 몰려온다?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뉴욕을 비롯한 선진 도시의 트렌드다. 로커보어란 자신의 거주지에서 16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바다 건너 수백~수만km를 건너온 제품이나 수입품을 좋아할 리 없다. 물론 대형마트나 백화점도 사절이다. 이들 제품이 바다나 하늘을 건너려면 복잡한 생산 공정과 수많은 선적과 하역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쓰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역 내 식품과 제철 음식을 구입해 먹으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을 600~700kg 줄일 수 있다.

♦ “반갑다, BMW” 집 밖에서도 얼마든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자전거다. 자전거로 출근하면 입김 외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 ‘BMW’(Bus·Metro·Walking)도 비슷하다. 자동차는 석유를 먹는 하마. 그 탓에 승용차를 매일 끌고 다니는 사람이 1주일에 하루만 세워놓아도 이산화탄소를 연간 445kg 줄일 수 있다. 이틀이면 물론 그 양은 두 배로 늘어난다.

♦ 그늘 커피 한 잔의 효과 친환경 소비는 자원을 절약하고 온실가스도 줄인다. 커피도 마찬가지. ‘그늘 재배’한 제품이나 공정무역 혹은 유기농 커피를 마시면 가난한 노동자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 이들 세 조건을 다 갖춘 커피면 금상첨화겠지만, 한 가지 인증만 받아도 나쁘지 않다(참고로 그늘 재배란 커피나무를 자연 그대로 그늘에서 키우는 것을 말한다. 최근 빨리, 대량 생산하려 볕을 일부러 많이 쬐어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상품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연간 350kg 덜 배출된다.

   
지난 100년간 북극의 대기 온도는 약 5℃ 상승했다. 그 탓에 많은 빙하가 녹고(위), 해수면이 10~20cm 상승했다.
♦ 올레, 스테인리스 컵! 일회용 종이컵은 피한다. 하나에 이산화탄소 12g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기업체 같은 데서 종이컵을 하루 100개씩만 덜 써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0kg이나 감소시킬 수 있다. 대신 스테인리스 컵을 권한다.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내구성이 좋아 5년 정도 사용하면 종이컵보다 훨씬 지구에 이롭다. 또 재활용 비율이 60%나 되어 지구 자원 보호에도 도움을 준다.

♦ 이산화탄소를 안 입으려면 옷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방적·염색·직조·세척·재단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물을 쓰는 것이다. 면도 다르지 않다. 목화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농약을 살포하기도 한다. 살충제의 25%가 목화밭에 뿌려진다는 보고도 있다. 면 혼방 합성섬유는 포름알데히드(시신 방부제·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 처리를 한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제조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 온실가스를 양산한다.

♦ 헌 옷은 아름다워 겨울철에 인기 있는 가죽옷도 물리적·화학적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피해를 준다. 그렇다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모직이나 대나무, 유기농 면 같은 천연 섬유 옷이 좋다. 헌 옷도 도움이 된다. 새 옷과 달리 온갖 독소가 이미 빠져나간 데다가, 재활용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입던 헌 옷은 한국 굿윌이나 아름다운가게 등에 기증한다. 학생 5명 중 1명이 교복과 체육복을 물려주기만 해도 연간 520억원이 절약된다.

♦ 1분만 서두른다면… 샤워를 하는 데 필요한 물은 5분 기준으로 40~60ℓ쯤 된다(이는 욕조의 약 3분의 1을 채울 수 있는 양). 따라서 샤워 시간을 1분만 줄여도 8~12ℓ의 물을 아끼고, 수돗물을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5~7kg까지 줄일 수 있다. 샤워기를 절수형으로 바꿔 달면 물 소비를 40%까지 줄일 수 있다. 양변기도 다르지 않다. 절수형을 쓰거나 저수통에 벽돌이나 물통을 채워두면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양치질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면 10ℓ 안팎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일생으로 치면 약 55만ℓ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물 1000ℓ를 생산·공급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약 300g 발생하니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어마어마하게 줄이는 셈이다.

♦ 하우스 오프(House off) 가정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은? 바로 대기 중인 전자 제품이다. 텔레비전·컴퓨터·휴대전화 충전기 따위의 플러그를 뽑지 않았을 때 소모되는 전력은 상상 이상이다. 컴퓨터의 경우 플러그를 뽑으면 매시간 100Wh(17인치 모니터 60Wh, 본체 40Wh)의 전력을 절감해 42.4g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준다. 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기가 꽂혀 있지 않은 충전기는 시간당 전기를 5W 소비한다. 이 때문에 유럽 등지에서는 외출할 때 현관 쪽에 설치된 버튼만 누르면 모든 전기제품의 전력이 꺼지는 하우스 오프라는 시스템이 인기다.

♦ 플라스틱 면도기의 위험한 날들 일회용품 사용이 지구에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얼마나 심각한지는 잘 모른다. 일회용 플라스틱 면도기만 해도 그로 인한 지구 훼손 피해가 큰데 미국에서만 한 해 20억 개가 소비된다. 물론 사용 후 모두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우리나라도 1998년 한 해에만 일회용 면도기를 570t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기 면도기는 어떨까. 일회용보다는 낫지만 전력을 소모(약 15W 소비)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증가를 돕게 된다. 그렇다고 날마다 삐죽삐죽 솟아나는 수염을 안 깎을 수는 없는 일. 과거처럼 양날 면도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고, 작지만 재활용도 가능해서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 나무 한 그루의 힘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 77>을 쓴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나무 심기이다. 실제 나무는 성장하면서 서서히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한다. 소나무 한 그루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5kg 흡수하고, 수명이 40년인 활엽수는 평생 1t가량 탄소를 제거한다. 게다가 나무들은 오염 물질을 빠르게 걸러내고, 뿌리로 물을 흡수해 대기로 증발시킨다. 이 수증기는 구름이 되어 불필요한 햇빛 에너지를 반사한다.

■참고 자료:<일본, 저탄소 사회로 달린다>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녹색세대> <그린북> <뜨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유쾌한 생활습관 77>` <지구형 인간>